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보고 선다. 이윽고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리고, 타이어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릴 채비를 한다. 심판이 깃발을 들어 올려 경기의 시작을 알리자 차들은 맹렬히 달려 나간다. 서로를 향해 최고 속도로 달려오는 두 대의 차. 누군가 피하지 않는다면 모두 죽는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런 경기를 ‘치킨게임’이라 한다. 승리의 영광을 누리고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둘 다 죽게 되고, 목숨을 건지려 핸들을 돌리면 패배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최근 이 같은 치킨게임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영남에 공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 덕분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당선된 이상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최종 후보지로 가덕도와 밀양이 남았고 두 지역은 서로를 향해 무작정 내달렸다.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으로만 사업성을 평가했고 현수막 물량공세로 제 장점만을 부각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종시는 한 때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하게 만든 ‘뜨거운 감자’였다. 국토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던 찬성 측과 행정 비효율을 불러올 것이라는 반대 측이 첨예하게 맞섰다. 과학 비즈니스 벨트 또한 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 충청과 경기, 전남까지 가세한 가운데, 일각에선 신공항 유치 실패로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영남권에 과학벨트를 분산 배치한다고 나섰다. 두 대의 자동차만 참여하는 본래의 치킨게임에서 더 나아가 원점을 향해 여러 대의 차가 달려가는 양상이다.
지역 균형 발전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살펴봤을 때 전체 경제에 해가 될 사업은 접는 게 마땅하다. 신공항 건설로 받게 될 이득은 국한되겠지만 입게 될 손실은 전국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로 부딪쳐 둘 다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심판(정부)이 경기를 멈춘 것은 잘한 일이다. 적은 이득을 얻기 위해 목숨과 같은 균형 발전을 담보로 하는 치킨게임을 그만 둬야 한다. 부산과 밀양은 지금이라도 분노의 시동을 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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